"수고하셨습니다-"
운동을 마치고 나올 때마다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. 긍정적인 생각부터 그렇지 않은 생각까지. 정말 다양한 주제들이다. 그리고 오늘은...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, 따위의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. 그간 인생에 큰 고난이랄 건 없었기 때문일까?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니 좀 재수없지만.
원래도 크게 반짝이겠다는 욕심은 없었다. 지금도 마찬가지다. 나는 모래고, 중력이고, 성적이 잘 나오는 검도선수 정도니까. 큰 욕심을 내고 오른 자리가 아니었다. 딱히 성적에 연연한 적도 없다. 잘되면 잘되는 거고, 아니면 아닌 거니까. 물론 지금까지야 운이 좋았던 거겠지.
하지만 요즘은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. 대놓고 내가 좋다며 반짝이는 애와 그 애를 보고 배운 또 다른 애가 있으니까. 나를 동경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이렇게 무거운 일이구나. 새삼 깨달았다. 아마 그 아이들과 가까이 살아서 더 그런 거겠지. 뭐, 그렇다고 싫은 건 아니다. 얼굴이 알려진 사람의 삶은 동경과 떼놓을 수 없으니까. 하나 걸리는 게 있다면 그들이 나를 떠나는 순간뿐이다.
많은 이들에 둘러싸여 지내다가, 대중과 팬들에게 버림받는 사람들의 말미는 늘 구차하고 구질거렸다. 나만큼은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. 그래서 가끔은 박수칠 때 떠나야 하는 건 아닐까 고민하기도 했다. 다 시들시들해져서야 떠나는 건 조금... 구리지 않나?
물론 선수 생활에 큰 미련은 없다. 이만하면 커리어도 잘 쌓았고, 하고 싶은 건 전부 다 했다고 생각한다. 누군가의 즐거움이었고, 설레는 동경이었다면. 눈부신 기억이었다면 그걸로 됐다. 아름다운 기억, 즐거운 추억으로 남는 것 정도면 충분하다. 큰 돈도, 명예도 딱히 목표는 아니었으니까.
그리고 애초에 먼 미래를 상상하며 슬퍼하는 건 나답지 않다. 당장 주어진 하루하루를 살기도 바쁜데, 그런데 쓸 시간은 딱히 없으니까. 누군가는 이런 날 더러 지나치게 가볍게 사는 거 아니냐고 묻겠지만... 그게 중요한가? 항상 이렇게 살아왔고, 이렇게 살고 있고, 잘만 살고 있다. 모래는 가벼운 게 맞으니까 나 또한 가벼울 수밖에 없기도 하고.
물론 책임감은 당연히 느끼고 있다. 오버드로서도, 선수로서도. 입지라는 게 있으니 져야 할 책임 또한 무겁다. 아주 다행인 건 알아서 잘 맞춰주는 지부원들이 있다는 거겠지. 말로 표현은 잘 안 했지만 많이 아끼고 있다. 이들은 내가 말도 안되는 죄를 짓는 게 아닌 이상 이해하려고 노력해주겠지. 그래서 나도 늘 지부 사람들에게 맞춰 살고 있는 것도 같다.
집을 제외하고도 의지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. 그래서 살던 집도 대충 처리하고 지부에 들어와 살고 있는 거지만. 언젠가 내가 선수를 그만둔다 해도, 이 사람들은 쉬이 응원해 줄 것이다. 그래서 의지가 되고, 막연한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다. 본이 되어야 하기도 하고 든든한 후배가 되어야 하기도 하니까.
아, 걷다 보니 벌써 지부 앞이다. 그러니까... 오늘은 치후유가 강의 끝나는 시간에 맞춰 문 열어주기로 했었나? 아니었어도 열어서 손해 볼 일은 없으니 해야겠지. 여러모로 재밌는 삶이다. 오버드가 아니었다면 이 사람들과 만날 일 자체가 없었을 테니까.
내가 별이라면, 지부는 우주와 같다고 생각한다. 지부가 없다면 나 또한 없을 게 분명하다. 그러니 서로 잊지 말아야겠지. 내가 당신들의 별이고, 당신들은 내가 있을 곳이 된다는 걸. 너무 힘들 때, 떠올리는 것만으로 힘이 된다는 걸.
"나 왔다-"
우리는 언제나 함께 있을 테니까, 이대로 지내면 되겠지.